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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바람 2021. 1. 22. 03:39

    어려서 내 삶의 1순위가 친구들이 되었을 때 엄마께서 내게 종종 했던 말씀이 있었다.

    “지금 친구들이 평생 갈 거 같지? 아니야, 나중에는 결국 형편과 상황이 비슷한 친구들만 남거나 그런 친구들이 주변에 있기 마련이니 지금 친구들이 전부가 아니야.”

    그 얘기를 들었을 때는 엄마께서 친구에 대한 소중함을 잃어버린 메마른 감성을 가지고 계시다고만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엄마의 그 현실적인 조언이 무슨 말인지 알 것도 같다.

    런던 London에 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별하고, 겪으면서 친구 또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나의 마음과 가치관에 변화를 주게 되었다.

    #1 추억을 함께 먹다

    한국에서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좋아했던 나였지만 런던에 와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학교 수업, 논문과 작품을 위한 학업에,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part time job도 해야 하니 학교 친구들과 펍 pub에 가서 한잔 마시거나 학교 스튜디오 studio에 남아서 늦게까지 작업 이야기를 하는 시간들을 갖지 못했다. 그렇게 바쁘게 시간을 보냈지만 틈틈이 외로움을 느껴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많이 그립고 보고 싶었다. 그래서 떨어져 있었지만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도 자주 하고, 한국의 온라인 online 방송들을 들으며 늦은 밤에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에 있는 오랜 친구들은 나의 상황을 자세히 알지 못하고 겪어 보지 못했기에 유학과 해외 생활에 대한 동경만 있어 내 마음을 이해해 주거나 헤아려주지는 못했다. 한 번씩 한국에 잠시 방문했을 때 친구들을 만나면 우리 사이에 거리가 조금씩 생김을 느끼게 되었다. 친구들과 나의 일상, 삶에 대한 고민과 관점들이 점점 달라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같다. 또한 각자의 자리에서 바쁜 직장, 결혼 생활들을 하면서 연락도 뜸해지게 되었다. 나 역시 결혼 이후에는 한국에 방문하면 친정과 시댁 가족들 만나고 나면 옛 친구들을 만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런던에 온 지 16년째가 되어가고 있는 지금은 SNS를 통해서만 종종 오랜 친구들의 근황만 보고 있다.

    종종 상상해본다. 지금 다시 친구들을 만난다면, 우리를 연결해 준 고교시절 또는 대학시절의 추억을 함께 먹는 자리가 될 터이고 각자 자기의 삶을 쏟아내느라 수다가 끊이질 않겠지… 시간이 지난 만큼 다들 조금씩 성숙해졌을까? 아님 여전히 그 어릴 적 시절로 다시 돌아가 철없는 모습으로 만나질까?

     

    마음으로 함께하는 친구들 © Daan Stevens / Anna Shvets Pexels

    #2 현재 삶을 나누다

    런던에 와서 참 많은 타입 type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 사람들 중에 정말 친구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예전에는 나이가 비슷한 또래이면 친구라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서로 대화가 즐겁고 선하고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서로를 격려하는 관계라면 나이와 상관없이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런던 생활 초반에는 주변에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이 주로 한국 친구들이었고, 친구들은 아래로 2-3살, 위로는 1-2살 정도로 또래였다. 외국인 친구들이 있어도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뿐 마음과 감정을 다 나누는 것은 생각보다는 쉽지 않았기에 자꾸 한국 친구들과 만나 고민과 일상을 나누게 되었다.

    한국 명절날에 친한 한국 친구들과 모여 음식을 해먹으며 명절 분위기를 내고, 영국의 명절인 부활절, 성탄절에는 모일 가족이 없으니 또 우리끼리 모여 외롭지 않게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그랬던 친구들도 하나 둘 한국으로 돌아가고 다른 나라로 떠났다. 그리고 나면 또 다른 친구를 사귀어야 했다. 그렇게 런던에서는 만남도 이별도 너무 잦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연애, 결혼을 하면서 평생의 친구를 만났고, 우리 부부가 유학을 경험해서인지 유학생들이나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들과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인지 빠르게 친구가 되었다. 그 후로 시간이 더 흐르다 보니 현재 우리 부부 주변에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이 대부분 이민 1.5세, 2세인 친구들과 그들의 배우자들, 교회에 영국 친구들이 남아있다. 지금은 그들이 나의 현재 삶과 감정들을 나누고, 기도를 부탁할 수 있는 그런 가족 같은 친구들이 되었다.

    언제든 손 내밀면 잡아줄 친구들 © Andrea Piacquadio Pexels

    #3 함께하다

    예전에는 나를 이해와 공감해 주지 못하거나, 언어, 자라온 환경 그리고 문화가 다르면 허물없고 편한 친구가 되는데 벽이 될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무엇보다도 상대에 대한 열린 마음과 배려를 품은 진심이 담긴 마음의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그 마음의 자세가 서로를 이해하고 기다려줄 수 있게 해주고, 사랑의 마음으로 건강한 조언과 부담감을 나누기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가까운 곳에 있든, 닿지 않는 먼 곳에 있든 내 곁에서 날 있는 그대로 봐주고, 받아주고 언제 보아도 반가워해주는, 언제든 손 내밀면 잡아줄 영국,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에 있는 소중한 내 친구들에게 모두 고마운 마음이 크다. 계속 나의 좋은 친구로 남아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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