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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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이상주의자 2020. 11. 16. 22:33
사업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서 대학교 졸업하자마자 부모님 회사 들어가서 일하게 되면서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았던 많이 것들을 배웠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배웠고, 또 필요하면 언제나 부모님 조언을 들을 수 있으니 이제는 나도 내 사업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았다. 사업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아프게 깨달았던 것은 내가 나 자신을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거다. 원래부터 도전의식이 강한 나는 항상 내 한계보다 높은 목표를 세워서 달리는 걸 좋아했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것들을 시도하는 것을 즐겼었다. 장녀이지만 남들이 봐도 장남처럼 키우실 정도로 부모님께서는 나를 강하게 키우셨고 항상 안전선 안에서 살아왔던 나는 정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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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보다는 출장)이상주의자 2020. 10. 21. 05:24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에 가서 현지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고 배우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새로운 곳을 가게 되면 언제나설레는 나에게는 살아오면서 일과 전혀 관련 없는 여행을 해본 적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런던에서 사업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매달 비행기를 타긴 타는데, 자유롭고 편안한 마음으로 타기보다는 뭔가 설레지만 긴장을 절대로 놓칠 수 없는 다이내믹 dynamics 속에서 움직여야만 해서 출장을 여행으로 생각하기엔 마음가짐이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초창기에 밀라노 Milan에서 매년 두 번씩 열리는 가죽 박람회를 가려고 항공권과 숙소를 다 예약했었다. 그때 마침 새벽 비행기여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알람 alarm 소리를 못 듣고 공항에 도착해야 하는 시간에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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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이상주의자 2020. 9. 2. 20:34
새로운 도전을 위해 다른 나라, 다른 도시로 떠나는 것은 긴장되고 떨리는 일 일 수도 있겠지만 다행히 나에게 런던 London은 완전히 새로운 곳이 아니었다. 런던이 낯설지 않았던 이유는 2년 전에 패션 마케팅 fashion marketing과 가방 제작 공부하기 위해 일 년 동안 살았기 때문이다. 그때 사귀었던 친구들도 있었고 그전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들이 여러 명이어서 그나마 안심하면서 런던을 향했던 기억이 난다. 런던에 도착한 후에 친구들 한두 명씩 연락하면서 기회가 있으면 만나기도 했었는데 대부분 사는 곳과 직장이 내가 사는 곳과 동선이 안 맞아서 런던에서 살았던 2년 동안 기대했던 것보다는 자주 못 만났던 것 같다. 그 해 11월 즈음이었나? 회사 설립하고 사무실 얻고 나서 일할 때 필요한 가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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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상주의자 2020. 8. 12. 01:06
처음에 윔블던 Wimbledon에서 살 때는 하루 종일 방에 박혀서 일했던 기억이 난다. 매일 노트북 앞에 앉아서 부모님 회사 일 간간이 체크하면서 내 일을 진행했었고 아직 초창기여서 일 때문에 사람 만날 일이 거의 없었다. 런던 London에서보다 출장 가 있는 동안이 아마 더 바쁘고 정신없을 때였을 거다. 그런데 일을 하나둘씩 벌려 가면서 바빠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비즈니스 business 답게 사무실을 찾아서 제대로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런던으로 이사 온 지 5개월 만에 사무실을 얻었다. 사무 공간 office space를 렌트 rent 하는 건물의 2층에 위치한 작은 사무실이었는데 창문 바로 위에 기찻길이 있어서 몇 분 간격으로 기차가 덜컹덜컹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매우 듣기 싫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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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상주의자 2020. 7. 20. 19:03
스페인 Spain에서는 부모님과 친동생들뿐 아니라 외갓집 친척들이 많아서 ‘가족’이라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자랐던 것 같다. 런던 London에 와서 사업이라는 것을 시작하려니까 이것저것 할 일들이 많았지만 몸뚱어리 하나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그런 생각들이 들었다. 자기 일은 가능하면 자기가 알아서, 자기 힘으로 해결하는 게 제일 좋고 남을 의지하는 버릇이 들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던 나에게는 가족 한 명도 없는 런던은 정말 황폐하고 외롭게 느껴졌다. 안 그래도 외로운데 거의 매일 햇빛이 쨍쨍 거리는 바르셀로나 Barcelona에 비해 하늘색조차 볼 수도 없는 그곳은 내가 혼자라는 것을 매일 상기시켜주는 것 같았고, 한 번씩 파란 하늘이 보일 때면 가족을 만난 것처럼 반갑고 마음이 저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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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상주의자 2020. 7. 13. 20:43
20대 후반부터 나에게는 꿈이 있었다. 스스로 사업을 시작해서 키워보는 것, 그래서 아빠처럼 남을 돕는 사업가가 되는 것. 부모님 회사에서 정식으로 취직해서 아빠 밑에서 일을 배운 지 7년 만에 나도 도전을 해보기로 했었다. 학사와 석사, 다 경영학과로 졸업했지만 교실에서 배웠던 것과 너무 다른 세상을 경험하면서 간도 조금씩 커지고 아빠의 포부를 조금 닮아 가기도 했던 것 같다. 친구가 응원해준 덕분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빠가 용기를 주셔서, 무식한 게 용감하다고… 정말 아무런 겁도 없이,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도전에 내 몸을 내던졌다. 가죽과 핸드백 박람회 다니면서, 아빠의 조언을 들으면서 같이 가방 공장들 찾아다녔다. 그렇게 가방 공장과 가죽 공장 여러 군데 타진을 해본 후, 함께 일할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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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주의자 - 누구인가?이상주의자 2020. 7. 13. 20:14
Daydreaming에 자주 빠지고 현실과 다소 거리가 먼 이상을 꿈꾸면서 살아가는 30대 후반의 스페인 교포. 20대 때는 현실을 직시할 때 그냥 실망만 하고 말았는데 요즘은 실망과 함께 시니컬리즘이 더해진다. 꿈이 있어야 에너지가 넘치고 살 맛이 나는 철저한 이상주의자. 스페인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네덜란드에서 석사, 런던에서 새 사업을 위한 공부까지 다 마친 후 30대 초반에 런던에서 자신의 가방 브랜드를 론칭하기 위해 이민, 아니, 이사를 갔다. 2년 동안 고생을 하고 스페인으로 돌아왔지만 후회나 미련 없이 돌아왔기에 지금 이렇게 글로 기억을 되살릴 수 있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