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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상 -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의 힐링
    유월바람 2020. 8. 4. 01:54

    #1인분 일상

    런던 London에 오기 전, 나는 어떤 일상을 꿈꿨을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나는 한국과는 조금 다를 거라는 환상과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외국 풍경을 뒤로하고 조깅 jogging을 하며, 푸른 공원에서 누워 책을 보고, 외국 친구들과 와인잔을 부딪히며 유창한 영어를 하는 나의 모습들을 상상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었다. 어학원 공부부터 대학원을 마칠 때까지는 아르바이트 part time와 학업을 병행하느라 나의 일상은 바쁘게 흘러갔다.

     

    처음 런던에 도착하고 3개월 후에 영국인 사장과 일본인 셰프 chef 부부가 운영하는 작지만 실속 있는 일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어학원 오전 9시부터 수업이었던 것을 오후 3시 수업으로 변경하고, 레스토랑 restaurant에서 10시 30분에서 2시 30분까지 일을 했다. 어학원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저녁 챙겨 먹고, 쉬거나 아니면 영어 공부 혹은 포트폴리오 portfolio 준비를 하는 것이 거의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대학원을 다닐 때는 수업 시간이 매일 같은 시간에 있는 것이 아니기에 저녁에 할 수 있는 일이나 아니면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일이어야 가능했다. 그래서 입학 후 초반에는 저녁에 일할 수 있는 한국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다가 학교 근처에 낮에 내가 가능한 시간에 나가 간단한 사무직을 처리할 수 있는 일을 구하게 되어 조금 더 나의 시간을 쓰기에 좋았다. 이렇게 주 중의 일상은 바빴다.

     

    주말은 나름 조금 여유 있는 일상을 즐길 수 있었다. 흥미롭거나 전공과 논문을 연결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전시를 찾아 미술관을 가거나 쉼과 여유로움을 즐기기 위해 바람의 향과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들을 찾아가기도 했다. 친구들과 함께 하기도 했지만,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았다. 주말의 여유가 삶의 질을 높여주기도 했지만, 런던에서 돈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여가 생활이 있었기에 런던에서의 삶과 일상들을 만족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지칠 때 올려다보던 런던 하늘이 참 많은 위로가 되었다.

     

    런던 하늘 모음 © 유월바람

    #주말 일상

    결혼을 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런던 외곽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나의 일상에는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주 중은 쳇바퀴 돌 듯 정신없이 돌아갔다. 아침 식사, 남편 도시락 준비, 출근, 퇴근 후 저녁 식사와 다음 날 먹을 것 준비, 집안일 그리고 휴식. 이런 생활은 계속 반복되었다.

     

    남편 회사와 직업의 특성상 주 중에 쉬고, 주말에도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주말에 거의 혼자 시간을 보내면서 영화나 드라마를 즐겨 보게 되었다. 또는 싱글 single인 교회 친구들을 만나거나 종종 지인들이 주말에 혼자 집에서 무엇하냐며 집으로 초대해 주셔서 다른 가족들과 보내기도 했다. 남편과 시간이 맞을 때는 동네 공원을 산책, 동네 골목을 다니면서 다른 집들 구경하면서 대화하거나 차를 타고 조금 벗어난 곳의 상점들이 많은 쇼핑센터 shopping centre, 거리 또는 이케아 IKEA를 가서 윈도쇼핑 window shopping을 하기도 했다.

    (좌) 동네 골목 산책 / (우) 남편과 주말 테니스 © 유월바람
    동네 강변 산책 © 유월바람

    런던 외곽으로 이사한 덕분에 미술관 나들이 횟수는 예전에 비하면 줄었지만, 워낙 좋아해서 주말에 런던을 나갈 때면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잠깐이라도 꼭 들르곤 했다. 특히 자주 갔던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사치 갤러리 Saatchi Gallery, 서펜타인 갤러리 Serpentine Gallery, 내셔널 갤러리 National Gallery,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 Victoria & Albert Museum이었는데 우리 집에서 그나마 접근성이 좋은 편이었다. 사치나 서펜타인 미술관은 재미있고 신선한 현대 미술들을 접하는 즐거움이 있었고, 내셔널 미술관과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은 워낙 전시의 폭이 넓고 작품 수도 많기에 갈 때마다 새로운 부분들을 찾아보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특히 서펜타인 미술관은 켄싱턴 가든 Kensington Garden 하이드 파크 Hyde Park가 함께 있어서 미술관 관람 후에도 호수와 푸르른 자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힐링 healing이 되는 곳이기도 했다. 반대로 내셔널 갤러리는 늦은 오후쯤 들어가서 문 닫을 때쯤 나오면 바로 앞에 트라팔가 광장 Trafalgar Square에 앉아 저녁 바람을 맞으며,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나 경쾌한 잡음들을 들으면서 광장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잔잔한 생동감으로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그 느낌이 너무 좋다.

     

    나에게는 접근성이 좀 멀긴 하지만, 그래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사우스뱅크 Southbank에 위치한 해이워드 갤러리 Hayward Gallery와 더 동쪽에 위치한 유명한 테이트 모던 Tate Modern이다. 이곳의 현대 미술 전시들은 다른 곳들에 비해 더 역동적인 작품들이 많은 편이다. 이 두 미술관의 공통점은 템즈 강 River Thames 변을 따라 걷고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낮과 저녁의 분위기가 달라 원하는 분위기에 맞춰 즐길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친구와 맥주 몇 캔 can 사들고 그 근처 벤치 bench나 잔디밭에 앉아서 울고 웃으며 이야기하던 추억들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위 왼쪽부터 오른쪽) 빅토리아앤알버트 박물관 / 서펜타인 미술관 / 사우스뱅크    (아래) 해이워드 미술관 © 유월바람

    주 중에는 바쁘게 사는 일상, 주말에는 쉼과 힐링의 일상. 이런 삶을 살면서 느끼게 된 것은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 살든 그곳이 삶의 터전이 되면 사람 사는 모습들은 다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매일의 삶에서 어떤 에너지와 마음을 담으며 사느냐에 따라 그 일상의 향기가 달라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런던에 와서 배우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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