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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롱한 산소 2020. 11. 6. 19:44

    나의 대학 생활 3년(영국은 대학이 3년제다)을 컬러 colour로 표현하자면 골드 gold와 옐로 yellow로 표현을 하고 싶다. 대학 시절을 떠 올리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컬러들이기도 하다. 한국에 와서 컬러 힐링 colour healing에 대해 공부를 하다 보니 왜 골드와 옐로가 자꾸 대학 시절과 오버랩 overlap이 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컬러 힐링에서 골드의 에너지는 즐거움과 기쁨으로 나눌 수 있는 지혜를 이끌어내고, 자신의 가치를 존중하며 우호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컬러이다. 옐로는 희망이 넘쳐흐르는 하늘을 상징하는 만큼 넓은 시야로 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미래를 내다보며 희망의 빛을 모색하는 컬러이고 태양처럼 총명하고 천진난만하며 사소한 것에 구애받지 않고 왕성한 지적 호기심과 탐구심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딱, 나의 대학시절을 말해주는 컬러들이다.

     

    Colour bottle – gold & yellow © 영롱한 산소

    대학 들어가기 전까지는 하루하루의 패턴 pattern이 거의 비슷했었다. 주 중에는 스쿨버스 school bus를 타고 학교 갔다 방과 후가 끝나면 엄마 차 타고 집에 와서 밥 먹고 숙제하고 자고 다시 일어나 같은 패턴으로 주 중을 살다가 주말에는 친구들 조금 만나고, 읽고 싶은 책 읽고, 운동하고 악기 배우러 다니고, 교회 가고… 만나는 사람들도 거의 같았고, 가는 곳이나 하는 것도 거의 같았다. 조금은 엄격한 집안 분위기에서 나름 나의 자유를 찾아 누리곤 했지만 독립이 너무 간절했던 찰나 지방에 있는 대학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전공도 전공대로 너무 재밌었지만(고고인류학 전공함) 대학 때 제일 크게 얻었던 배움은 나 자신이 누구인지 와 사람들과의 관계였다.

    모든 대학이 그럴 수도 있지만 케임브리지 Cambridge는 전 세계에 곳곳에서 학생들이 오는 만큼 정말로 다양한 사람들이 많았고,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언어연수를 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고 또 관광객도 많은 곳이어서 진짜 내가 살던 세계와는 너무 다른 세계였다. 그전까지는 어떻게 보면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만 만났다면, 대학에서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환경과 상황들, 사람들을 매일매일 만나게 되었다. 그 부분은 ‘나’라는 존재에게 계속되는 과제가 되었었고, 그런 과제를 통과할 때마다 새로운 날개가 하나씩 붙는 느낌이었다.

     

    계속되는 과제 © by Janko Ferlic Pexels

    한 번은 케임브리지에서 영어연수를 하고 있는 친구와 오빠가 런던 관광을 하고 싶다고 하면서 런던 London은 내 홈타운 home town이니 주말에 한번 런던 관광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햇살이 좋은 토요일 아침 셋이서 기차역 앞에서 만나 런던으로 출발했다. 한 번도 런던을 가본 적이 없는 친구와 오빠에게 좋은 시간을 선물해 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고 '내가 살아온 런던을 잘 보여줘야지!'라는 사명감 비슷한 것을 느끼며 출발했었다. 그런데 웬걸!? 더 많이 주려고 함께한 당일 여행이었는데, 오히려 내가 더 많이 얻고 돌아온 여행이었다. 20년 넘게 살았던 런던이 그 두 사람을 통해 새롭게 보이는 아주 신기한 경험을 한 것. 그리고 오가는 대화들 속에서 이렇게 다른 환경과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연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면서 같은 세상을 살고 있지만 너무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있음을 느꼈고, 대화를 통해 그들이 살고 있는 세계를 조금이나마 체험할 수 있어서 또 신기했다. 벌써 15년이란 시간이 지난 여행이지만 그때 함께 나눴던 대화의 온기와 느낌들은 여전히 뚜렷하게 기억이 된다. 그런데 이날 제일 크게 배운 것은 '겸손'이었다. 속으로 더 많이 주려고 했던 마음에 이면에는 잘 모를 테니 나만 따라와, 내가 다 알아서 해 줄게 이런 마음도 있었던 것. 어떻게 보면 섬김을 가장한 교만이기도 했다. 케임브리지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혼자 속으로 엄청 반성하고 소중한 깨달음에 감사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별거 아닌 것 같을 수도 있지만, 우물 안에 개구리처럼 살아왔던 나에게는 정말로 엄청나게 눈을 뜨게 했던 eye-opener 경험이었고, 그때의 그 경험과 배움이 그 이후 나의 모든 관계 맺는데 기초가 되었고 지금도 항상 상대를 먼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상대의 장점을 찾고 배울 자세로 관계에 임하려고 한다.

     

    런던 관광 © Craig McGonigle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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