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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 - 진정한 가족이란?
    영롱한 산소 2020. 8. 18. 01:34

    친한 분의 추천으로 얼마 전에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란 드라마를 보았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울고 웃고 공감하고 생각하고 질질 짜고 그랬던 것 같다. 드라마 시청도 오랜만이었지만, 오랜만에 현실적인 위로와 공감, 따스한 웃음을 선물해 준 드라마였다. 특히 드라마가 절실하게 제기하는 과연 가족이란 무엇인가? – 이 질문 앞에 가슴이 먹먹하기도 벅차기도 했다.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 tvN

    드라마는 평생 가족만 바라보고 묵묵히 살아온 엄마 진숙이 자녀들에게 아빠와 졸혼을 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하며 열린다. 자식들은 엄마의 결정에 혼란스럽고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아온 아빠 상식은 아내의 결정에 화만 낸다. 이유나 아내의 마음을 살펴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다 등산을 좋아하는 아빠 상식은 산에서 사고를 당해 22살로 돌아가게 되면서 이 가족 안에 오랫동안 켜켜이 쌓여있었던 문제들과 이야기들이 하나씩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가족끼리도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무심하고 무지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참 많이 와 닿았다..

     

    우리 네 식구는 부모님의 선택에 따라 어렸을 때 영국으로 이민을 갔고 나는 30년 동안 그곳에서 함께 살았다. 지금은 남편을 만나 한국에서 살고 있지만 부모님과 남동생 가족은 아직도 영국에 살고 있다. 부모님께서 영국 이민을 선택하신 이유는 보다 더 평안하고 풍요로운 삶을 자식들에게 안겨 주고 싶어서라고 하셨다. 한국에서 낮과 밤 구분이 없는 직장 생활하시느라 가정에 집중할 수 없었던 아빠는 정말 가족 같은 삶을 살기 위해서 영국이민을 선택하셨다고 하셨다. 아빠는 가족의 화목을 늘 강조하셨고 화목한 가정을 꾸리시려고 정말 많이 희생하시고 애쓰셨다. 엄마도 마찬가지다. 나랑 동생이 결혼하기 전까지는 여행도 1년에 한 번은 꼭 같이 가려고 하셨고, 일주일에 가족모임은 필수였고 지금도 가족 그룹 메일과 가족 카톡 방은 기본이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오픈된 이런 가족생활 방식이었는데, 이런 가족생활에도 불구하고 우린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부분들이 많았고 지금도 아마 많을 것이다. 

     

    가족 © photo by Ingo Joseph

    가족, 진정한 가족 같은 삶은 무엇일까?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가 잘 묘사해낸 것 같다. 가족이라고, 내 핏줄이라고 다 안다고 생각 혹은 자만해도 안되고 모른다고 너무 자책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 가족이라고 정말 다 알아야 할까? 드라마에서는 아니라고 말한다. 드라마에서 첫째 딸이 이혼을 하게 되는데 부모님과 막냇동생은 충격적인 이혼 사유를 끝내 모른 채 드라마가 막을 내린다. 부모님은 큰딸 소식에 너무 속 생해 하지만 말하라고 다그치지도 않고 그냥 보듬어 준다. 이런 것이 진정한 가족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족이어도 다 다르다는 것부터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생각과 사랑의 언어, 사랑하는 방식까지 사실 모든 것이 다르다.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이해해야지 온전한 가족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남남처럼 살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열린 대화와 관심을 기반으로 한 서로에 대한 인정, 받아들임, 그리고 신뢰가 결국 진정한 가족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가족이라도 정말 다 알아야 할까?" © photo by Lisa Fotios

     

    드라마 속 상식 진숙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은 서로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지만 각자의 선택을 존중하고 개인의 시간을 통해 를 찾고 다시 가족으로 모인다. 여전히 서로에 대해 완벽하게 알 수는 없지만, 서로의 마음을 조금 더 들여다보며 다시 평범한 일상을 되찾는다. 여러 번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잘 헤쳐나갔고 그렇게 잘 헤쳐나갈 수 있었던 이유도 가족이 함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특히 상식 진숙에게는 사랑보다 더 깊은 존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아마 그런 존중은 긴 세월 속 서로의 고생을 이해하는 데서 나지 않았을까. 그런 면에서 가족의 핵심 core, 가정의 시작인 부부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잘 보여주는 드라마였다.

     

    최근에 우리 엄마 아빠에게서도 그런 느낌을 받는다. 서로에 대하여 사랑보다 더 깊은 존중, 존경이 있음을. 참 감사하고 우리 부부도 앞으로 그렇게 성장하길 소망한다. 

     

    사랑한다면 날개를 꺾어서 곁에 두려 하지 말고 날아가도록 두고 언제든지 지쳐 돌아오면 쉬게 해주는 게 사랑이다”. 어디서 본 글귀인데, 이 땅에서 이런 사랑을 실천해야 할 공동체가 가족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서로에 대해 완벽하게 몰라도, 복잡한 를 가족들이 다 몰라줘도, 곁에 가족이 있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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